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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랑이랑 요리수업

농부미찌 2025. 1. 9. 17:23

 

  이 곳에서 10년을 넘게 살았는데, 오늘같은 눈보라는 처음 봤습니다. 가뜩이나 추운 날씨에 바람까지 부는데 창 밖에서 아이들은 오히려 신나게 잘 놀더라구요. 아이들이 외치는 소리가 추운 겨울을 조금은 따뜻하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거산초 1~3학년 친구들 26명이 요리수업을 받기 위해 고은밥상 2층에 왔습니다. 오늘부터 매주 한 번씩 요리수업을 여섯 번 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식품 대신 스스로 요리해서 먹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래서 매시간 아이들이 건강한 음식을 선택하고 먹을 수 있도록 알려주기로 했습니다.

 

  ‘채소 비빔밥의 주재료 감자, 양파, 당근, 시금치를 생산한 농부 소개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송악 거산초등학교 앞 밭에서 감자를 재배한 김태형 농부, 국내 최대 유황온천이 있는 도고에서 당근을 재배한 유진돈 농부, 너른 농경지로 깨끗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영인에서 양파를 재배한 최영숙 농부, 순천향대와 경찰대, 한국폴리텍대학이 있어 교육도시라 불리는 신창에서 시금치를 재배한 방민석 농부님들이죠.

 

  아이들이 흥미롭게 듣는 모습이 참 예뻤습니다. 조리도구 사용법을 알려주고, 채소 손질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각자 맡은 채소를 잘게 잘랐습니다. 아이들이 칼을 조심히 잘 다뤘습니다.

 

  이제 순서대로 볶습니다.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닭가슴살을 볶다가 닭가슴살이 익을 때쯤 감자를 넣어 함께 볶습니다. 역시 감자가 익을 때쯤 당근을 넣어 당근이 익을 때까지 함께 볶습니다. 그리고 양파와 시금치, 밥을 순서대로 넣어 볶습니다. 순서를 정해 아이들이 신중하게 볶습니다. 소금과 후추를 담당한 친구들은 볶는 중간중간 소금과 후추를 뿌려줍니다. 그리고 간을 보더니 간장을 넣자는 의견을 냅니다. 의견을 낸 친구가 간장을 두 번 두르자고 하니 다른 아이들이 두 번은 너무 많고 우선 한 번만 두른 후 싱거우면 한 번 더 두르자고 합니다.

 

 

  다 볶은 후 아이들은 아직 다 못 한 모둠을 기다리면서 농부님들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도 아이들은 정성을 들여 편지를 썼습니다. 농부님들이 아이들의 편지를 받으면 엄청 기쁘시겠죠?

 

 

  이제 요리가 다 됐으니 함께 맛있게 먹어야지요. 아이들은 스스로 먹을 수 있는 만큼 그릇에 담아 김치와 함께 먹습니다. 준비할 때는 아이들에게 익숙한 케첩을 소스로 준비했는데, 케첩을 찾는 친구가 없었습니다. 케첩 맛으로 볶음밥을 먹을까 준비하면서도 걱정했는데, 아이들이 맛있게 볶음밥의 맛을 즐기며 먹더라구요.

 

   아이들이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고 알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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