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가 꿈인 미찌

25년 1월 고랑이랑 공부모임 본문

일상

25년 1월 고랑이랑 공부모임

농부미찌 2025. 1. 5. 23:24

2025년 첫날 오후 5시 고은밥상 1층에 모여 신년회를 겸해 공부모임을 가졌습니다.

 

  이번 모임은 '마을학회 일소공도'에서 발행한 계간지 <마을> 12호를 읽어오기였습니다. <마을> 12호는 읍면 비영리 네트워크 앵커 조직을 주제로, ‘사단법인 여민동락공동체’, ‘사회적협동조합 송악동네사람들’, ‘사회적협동조합 나리포’, ‘함께마을교육 사회적협동조합’, ‘사단법인 한생명’, ‘춘천별빛 사회적협동조합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숙제를 열심히, 적당히, 대충 한 우리들은 이를 토대로 우리의 이야기를 하였고, 우리의 이야기는 크게 세가지 주제로 나뉘었습니다.

 

  첫째는 농업의 지속가능성입니다. 매월 공부모임 최대의 화두는 언제나 농업입니다. 농촌이 우리 삶의 터전이고, 농업이 우리의 기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아산은 도시개발이 활발한 도시로 농지와 농민이 날로 줄고 있습니다. 개발된 지역의 농부는 재산형성에 대한 안정감을, 개발이 안된 지역의 농민은 개발이 돼서 땅값이 오르길 바라고 있습니다. 내가 고생해서 농사짓는 것보다 개발된 땅에서 조금 농사짓고 땅값을 많이 받는 것이 훨씬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농사로는 부를 축적할 수 없으니까요.

농부가 사라지고 있는 지금 10년 뒤 우리 먹거리는 안전할까요? 한살림의 경우 지금도 전라지역 대농들 덕에 먹거리 공급에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손이 많이 가서 대량 생산이 어려운 잡곡이나 참깨, 들깨 같은 작물은 공급이 어렵겠죠. 이 작물들은 지금도 구하기 어렵거든요.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먹거리를 맡은 농부가 사라지는 이유는 농사를 짓지만 농사로는 자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설득하려면 농사든, 가공이든 이 안에서 자립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않아 희망이 없습니다. 농촌이 소멸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런저런 사업을 벌려 보지만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는데, 우리가 무엇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인구감소를 막을 수 있을지 답답할 따름입니다.

  이런 와중에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대안으로 공동육묘 사업을 떠올렸습니다. 친환경 농업에서 육묘는 경제적인 이유로 필수지만 참 어려운 작업입니다. <고랑이랑>에 유기농 오이를 공급해 주셨던 농가는 사실 주 품목이 토마토인데, 육묘에 실패해서 24년 한 해 동안 토마토 대신 오이를 재배했던 것입니다. 작년 여름 우리가 안심하고 맛있게 먹었던 오이에 토마토 육묘에 실패한 슬픈 사연이 있었던 것이죠. 이 어려운 육묘를 공동으로 한다면 농사를 보다 쉽게 짓고,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귀농을 준비하는 귀촌인들이나 시간적 여유가 있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될 것입니다. 친환경 육묘는 분명 돈이 되는 사업이지만 별도의 육묘시설이 있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이런 시설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주변에 시설화되어 있지만 관리가 되지 않는 농지를 보조사업을 통해 장기임대해서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우리는 계속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논의해서 구체화 해보기로 했습니다.

 

  두 번째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만남과 교육입니다. 아산은 도농 복합도시로 농촌보다 도시의 기능이 더 크기 때문에 농업에만 의존하고 있는 지역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우리 지역의 특성에 맞게 농업과 농촌을 지키는 주체를 농민에서 소비자로 바꿔야 합니다. 소비자들이 농촌에 정주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연대감을 형성해야 합니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사람도 소비하는 사람도 모두 농부라는 마음으로 말이지요. ‘퍼머컬처는 지속가능한 농업의 합성어로, 먹고사는 문제와 가장 밀접한 농업을 통해 삶 전반적으로 지속가능한 문화를 만들자는 운동입니다. 이것은 <고랑이랑>이 추구하는 가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퍼머컬처를 실천하는 조직을 만들어 가면 어떨까요? 함께 공부도 하고 농사도 짓는 생태텃밭을 운영하며 교육과 체험을 해 보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마을 공동체 운동입니다. 귀농, 귀촌한 사람들과 원주민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것은 이질적인 문화로 인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리가 함께 어우러져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 것인지 합의가 되어야 하고, 철학의 방향과 농촌을 바라보는 시각이 비슷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주 모여 함께 심사숙고하고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를 <주민자치회>와 함께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마을의 사회적 은행 설립이나 공동기금 운영의 필요성도 논의하였습니다. 소규모 대출이나 부조 형태로 농촌 경제를 지원하며 자발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지만 이는 엄청난 공부가 필요한 일이라는데 공감했습니다.

 

  이렇게 25년 첫 모임도 우리의 엄청난 고민과 그 대안을 찾기 위한 열띈 논의가 가득했습니다. 열띈 논의 후 맛있는 마녀스프와 치킨과 술을 먹고 마시며 다음 모임 일정을 정했습니다. 26일 목요일 저녁 630, <고은밥상> 1층에서 김영세(한살림 생산자연합회 사무국장)님이 한살림 생산지를 중심으로 아산 농업의 현실을 이야기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관련 자료를 비롯한 공부거리는 윤흔상님이 천천히 공유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함께 하시고 싶으신 분은 연락주셔요. 다음 모임에 그냥 오셔도 됩니다.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고 수다도 떨고 친하게 놀아요.^^

 

 

 

고은밥상의 고은전골( 공부모임 사진이 없어 식당 메뉴인 '고은전골' 영상 대신 올리기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랑이랑 요리수업  (0) 2025.01.09
고은밥상 이야기  (2) 2024.12.27
둘째 딸의 편지  (0) 2024.12.15
로컬레스토랑 홍보안  (3) 2024.12.13
상춘곡 (정극인)  (7) 2024.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