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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꿈인 미찌
상춘곡 (정극인) 본문
상춘곡
(봄을 맞아 경치를 구경하며 즐기는 노래)
정극인
<서사>
홍진(紅塵)에 뭇친 분네 이내 생애(生涯) 엇더ᄒᆞᆫ고
속세에 묻혀 사는 사람들아, 이 나의 생활이 어떠한가?
자연에 묻혀 사는 작가의 삶(생활)에 대한 자랑/자부심
홍진(紅塵) : 붉은 먼지, 속세(부정적 의도)
분네 : (청자) 말을 건네는 방식
엇더ᄒᆞᆫ고 : 설의적 표현
녯사ᄅᆞᆷ 풍류(風流)ᄅᆞᆯ 미ᄎᆞᆯ가 못 미ᄎᆞᆯ가
옛 사람들의 운치있는 생활에 내가 미칠까 못 미칠까.
자신의 풍류에 대한 자부심
못 미ᄎᆞᆯ가 : 설의적 표현
천지간(天地間) 남자(男子) 몸이 날만ᄒᆞᆫ 이 하건마ᄂᆞᆫ
세상에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 나만한 사람이 많겠지만
산림(山林)에 뭇쳐 이셔 지락(至樂)을 ᄆᆞᄅᆞᆯ 것가
왜 그들은 자연에 묻혀 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일까?
수간 모옥(數間茅屋)을 벽계수(碧溪水) 앏픠 두고
몇 칸 안 되는 작은 초가를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
송죽(松竹) 울울리(鬱鬱裏)예 풍월 주인(風月主人) 되어셔라
소나무와 대나무가 울창한 숲 속에서 자연의 주인이 되었구나.
풍월 주인(風月主人) : 자연을 즐기는 사람(소동파의 '적벽부'에서 인용 / 풍월은 자연(대유법)
→ 산림에 묻혀 풍류 생활을 즐김
<본사 1>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도라오니
엊그제 겨울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도화 행화(桃花杏花)ᄂᆞᆫ 석양리(夕陽裏)예 퓌여 잇고
복숭아꽃과 살구꽃은 석양 속에 피어 있고
녹양 방초(綠楊芳草)ᄂᆞᆫ 세우 중(細雨中)에 프르도다
푸른 버드나무와 향기로운 풀은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푸르도다.
▶ ★ 색채 대조(붉은 색 ↔ 푸른 색) : 아름다운 풍경 강조
칼로 ᄆᆞᆯ아 낸가 붓으로 그려 낸가
칼로 잘라냈는가? 붓으로 그려내었는가?
봄 날의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 설의, 의인, 대구
조화 신공(造化神功)이 물물(物物)마다 헌ᄉᆞᄅᆞᆸ다
조물주의 신비로운 솜씨가 사물마다 야단스럽구나.
수풀에 우ᄂᆞᆫ 새ᄂᆞᆫ 춘기(春氣)ᄅᆞᆯ ᄆᆞᆺ내 계워 소ᄅᆡ마다 교태(嬌態)로다
수풀에 우는 새는 끝내 봄기운을 이기지 못하여 소리마다 아양을 떠는 모습이로다.
새, 소ᄅᆡ마다 교태(嬌態)로다 : 감정이입, 의인법
→ 봄의 아름다운 경치
<본사 2>
물아 일체(物我一體)어니 흥(興)이ᄋᆡ 다ᄅᆞᆯ소냐
자연과 내가 하나이니, 흥이야 다르겠는가
새(物)=화자(我) / 즐거움
시비(柴扉)예 거러 보고 정자(亭子)에 안자보니
사립문 앞을 걸어보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소요 음영(逍遙吟詠)ᄒᆞ야 산일(山日)이 적적(寂寂)ᄒᆞᆫᄃᆡ
천천히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산 속의 하루하루가 적적한데
한가롭다
한중 진미(閑中眞味)ᄅᆞᆯ 알 니 업시 호재로다
한가로움 가운데 참된 즐거움을 아는 이 없이 나 혼자로구나.
→ 봄의 흥취
<본사 3>
이바 니웃드라 산수(山水) 구경 가쟈스라
여보게 이웃 사람들아, 산수 구경이나 가자꾸나.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전개(실제 대화 ×) / 청유
답청(踏靑)으란 오ᄂᆞᆯ ᄒᆞ고 욕기(浴沂)란 내일(來日)ᄒᆞ새
산책은 오늘 하고, 냇물에서 목욕은 내일 하세.
대구
아ᄎᆞᆷ에 채산(採山)ᄒᆞ고 나조ᄒᆡ 조수(釣水)ᄒᆞ새
아침에는 산에서 나물을 캐고, 저녁 때에는 낚시하세.
'안빈낙도' 간접 제시
→ 산구 구경의 권유
<본사 4>
ᄀᆞᆺ 괴여 닉은 술을 갈건(葛巾)으로 밧타 노코
이제 막 익은 술을 칡뿌리 두건으로 걸러 놓고
★ 갈건(葛巾) : 가난한 선비 / 소탈함
갈건 : 술을 걸러 마시는 칡베로 만든 두건
도연명이 갈건을 벗어 그것에 술을 걸러 마셨다는 '갈건녹주' 고사를 인용한 표현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으리라
꽃나무 가지 꺾어서 잔 수를 세며 먹으리라.
화풍(和風)이 건ᄃᆞᆺ 부러 녹수(綠水)ᄅᆞᆯ 건너오니
화창한 봄바람이 문득 불어 푸른 물결을 건너오니
청향(淸香)은 잔에 지고 낙홍(落紅)은 옷새 진다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득히 담기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풍류를 즐기면서 물아일체 / 후각의 시각화 / 대구
준중(樽中)이 뷔엿거ᄃᆞᆫ 날ᄃᆞ려 알외여라
술동이가 비었거든 나에게 알리어라.
소동(小童) 아ᄒᆡ다려 주가(酒家)에 술을 믈어
아이를 시켜 술집에 술이 있는지를 물어서
얼운은 막대 집고 아ᄒᆡᄂᆞᆫ 술을 메고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동이를 메고
미음완보(微吟緩步)ᄒᆞ야 시냇ᄀᆞ의 호자 안자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서 시냇가에 혼자 앉아
명사(明沙) 조ᄒᆞᆫ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맑은 모래 위로 흐르는 깨끗한 물에 잔을 씻어 부어 들고,
청류(淸流)ᄅᆞᆯ 굽어보니 ᄯᅥ오ᄂᆞ니 도화(桃花)ㅣ로다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떠내려 오는 것이 복숭아꽃이로구나.
무릉(武陵)이 갓갑도다 져 ᄆᆡ이 긘 거인고
무릉도원이 가깝구나, 저 들이 바로 무릉도원인가?
예찬!
→ 술과 풍류
<본사 5>
송간(松間) 세로(細路)에 두견화(杜鵑花)ᄅᆞᆯ 부치 들고
소나무 숲 사이 좁은 길로 진달래꽃을 손에 들고
두견화 : 감흥을 자아내는 자연물
봉두(峰頭)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보니
산봉우리 위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천촌 만락(千村萬落)이 곳곳이 버러 잇ᄂᆡ
수많은 촌락이 여기저기 널려 있네.
연하일휘(煙霞日輝)ᄂᆞᆫ 금수(錦繡)ᄅᆞᆯ 재폇ᄂᆞᆫ ᄃᆞᆺ
안개와 노을과 빛나는 햇살(자연)은 수 놓은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하구나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유여(有餘)ᄒᆞᆯ샤
엊그제까지 거뭇거뭇하던 들판에 봄빛이 넘쳐 흐르는구나.
→ 산봉우리에서 바라본 봄의 경치
<결사>
공명(功名)도 날 ᄭᅴ우고 부귀(富貴)도 날 ᄭᅴ우니
명예와 부귀도 나를 꺼리니
주객전도(화자가 부귀와 공명을 꺼림) / 의인
안빈낙도, 자연친화적 태도
청풍 명월(淸風明月) 외(外)예 엇던 벗이 잇ᄉᆞ올고
맑은 바람과 밝은 달 외에 그 어떤 벗이 있겠는가
설의 / 의인
단표 누항(簞瓢陋巷)에 흣튼 혜음 아니 ᄒᆞᄂᆡ
누추한 곳에서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헛된 생각을 아니 하네.
고사 인용 (단표누항 : 지저분하고 더러운 거리에서 먹는 한 그릇의 밥과 한 바가지의 물이라는 뜻, 선비의 청빈한 생활을 말함)
주객전도 ☞ 자연 속에서 살면서 세속적인 것(공명, 부귀)에 욕망을 품지 않으려는 작가의 안빈낙도와 자연친화적인 태도가 드러나 있다. 작가는 행동의 대상(객체)이 되는 공명과 부귀를 주체로, 행동의 주체인 작가 자신을 객체로 바꾸어 표현하여 말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표현하였음.
아모타 백년 행락(百年行樂)이 이만ᄒᆞᆫᄃᆞᆯ 엇지ᄒᆞ리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게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만족감과 자부심이 드러남.
설의 / 정격 가사
→ 안빈낙도 / 안분지족에 대한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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