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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꿈인 미찌
"농사가 즐겁다" ... 청년농부의 스마트팜은 남달랐다 본문
태양이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8월 도고면 넓은 평야 가운데 위치한 대규모 하우스 농장은 이질적이지만 흔히 볼 수 있는 농촌 풍경이다. 오후 4시 못 미처 도착한 하우스에는 아무도 없다. 흔히 보던 하우스와 달리 흙이 없고 깔끔하기만 하다. 하얀 바닥에 은색 기둥과 하얀 줄, 허리까지 오는 하얀 단상과 은색 레일이 길게 정렬되어 있다. 낯선 농장의 모습에 두리번거릴 때 박세근(29세) 농부가 왔다. 농부의 안내로 하우스 안 사무실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래프와 숫자가 많은 컴퓨터 모니터가 눈에 들어오고, 인터뷰하기 위해 앉은 소파 앞 테이블에는 토마토 관련 책들이 쌓여있다.
충남을 대표하는 청년 농부이자 ‘팜앤조이’라는 브랜드의 대추방울토마토 생산자면서 스마트팜 선두주자인 박 씨는 어렸을 때부터 식물 키우는 것이 좋았고, 남들이 다 죽여놓은 화초도 살리는 능력자였다. 13년 전 아산으로 귀농한 부모님을 돕느라 접한 농사에서 키운 토마토가 돈이 돼 돌아오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는 토마토 농사 과정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박 씨는 농부의 꿈을 키웠고, 농사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에 입학해서 토마토와 스마트팜에 대해 공부했다. 학교를 졸업한 후 부모님 밑에서 3년 정도 일했지만, 학교에서 배운 농법과 다른 농법으로 농사짓는 부모님과 논쟁이 자주 일어났다. 게다가 왠지 부모님 소득에 숟가락 얹어 간다는 생각까지 들어 독립을 선언했다.
독립을 선언한 박 씨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처음에 내는 세금이나 잡다한 공과금 등의 도움은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운영하는 대규모 하우스 농장 건립 비용은 박 씨 스스로 마련했다. 하우스 토지 매입비용은 2017년 ‘후계농 대출’로 마련하고, 18년부터 2년 동안 준비한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농협중앙회’의 ‘청년 스마트팜 종합자금’ 대출을 받아 하우스를 지었다.
박 씨의 하우스는 농장 내부의 기온이 일정 수치 이상 상승하면 자동으로 천장을 닫아 햇볕을 차단하고, 온습도 센서를 이용해 온실 전체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며, 천장에 설치한 유동 팬으로 공기 순환을 일으킨다. 또 미리 설정한 비료 및 산도 농도에 맞춰 배양액을 자동공급하는 등 모든 정보를 데이터화 하여 최적의 환경을 유지하는 스마트팜이다. 환경제어는 컴퓨터로 하지만, 농사의 기본인 ‘순 따기’나 ‘꽃 따기’, ‘수확’ 등의 일은 사람이 해야 한다. 처음 농사를 시작했을 때 도와주기 위해 왔던 박 씨의 친구들이 사나흘 후에 사무실에 누워 지내더니, 그 후부터 농사 돕겠다는 말을 하지 않으니 스마트팜 농사가 컴퓨터 혼자 짓는 것이 아닌 게 분명하다.
박 씨가 수확한 토마토는 가락동 시장에 납품한다. 그리고 일부는 지역 로컬 푸드 매장에 일만 대형마트보다 싼 가격에 납품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택배를 활용한 직거래도 했었으나 농산물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몇몇 소비자들의 불만(토마토의 꼭지가 떨어져 있다고 교환해 달라는 소비자도 있었다) 응대에 대한 스트레스로 올해 주문 들어온 것을 마지막으로 하지 않기로 했다.
농사를 짓는 중에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고 작년에는 충남 마이스터 대학을 졸업했다. 내년에는 4학년 학사과정을 마치고 석사까지 도전할 계획이다. 농사가 재미있고 즐겁다는 박 씨는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마트팜은 몇 년에 한 번씩 기술이 바뀌고, 토마토 농법에 대한 새로운 논문이 나오면 현재 방식에 접목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청년 농부들의 모임인 4H 연합회 활동을 8년째 하고 있다. 22년부터 2년간 회장을 역임하는 등 청년들이 농업과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박 씨는 창농을 준비하는 청년 농부들을 위해 농장 실습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의 창농 과정에 도움을 주고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
농사가 재미있고 공부가 즐겁다는 박 씨의 10년 뒤 모습을 묻자, “이 하우스 옆에 하우스 농장이 하나 더 있을 거에요. 그리고 저는 계속 공부하고 있겠죠”라며 웃는다. 평생 농사에만 전념하겠다는 박 씨의 얼굴은 갓 익어 윤기 도는 토마토처럼 생기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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