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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꿈인 미찌
독거노인과 함께 살기 위해 모인 연대의 손길 본문
17개 기관 100여 명 모여, 저장강박증 가정 쓰레기 청소
호우경보가 내린 7월 14일 빗속에서도 송악면 역촌리 저장강박증 어르신(86세)의 집을 청소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노란 천막 주변으로 알록달록한 색깔의 우비를 입은 사람들이 가득 채워진 쓰레기 봉투를 길옆으로 차곡차곡 쌓고 있다. 비에 젖어 축 늘어진 종이상자들이 ‘털썩’ 담벼락을 넘어오면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널부러진 종이상자를 모아 75ℓ 종량제 봉투에 담는다.
노란 천막 안에는 우비와 고무장갑, 물과 간식이 준비되어 있다. 청소하다 지친 사람들은 천막 안으로 들어와 물과 간식을 먹으며 한숨을 돌린다. 지금 막 온 사람들은 우비를 받아 입고, 손에는 고무장갑을 끼고 쓰레기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어르신의 집 마당에도 장대비를 막기 위해 천막을 쳐 놓았다. 힘이 센 사람 3명이 큰 삽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가 천장까지 쌓인 쓰레기를 밖으로 내놓는다. 오랜 시간 방치된 쓰레기의 역한 냄새와 환기가 되지 않은 습한 공기로 인해 방 안에 오래 있을 수는 없어 시간마다 교대를 한다. 천막 밑으로 방 안 쓰레기들이 쌓인다. 고장난 선풍기, 들통, 반찬통, 양은냄비, 빈병, 빈캔, 우유갑뿐만 아니라 아직 뜯지도 않은 두루마리 휴지, 쌀포대, 유통기한 지난 음식 등 그동안의 생활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물건들도 보인다.
재활용과 일반 쓰레기를 구분해 오염되지 않은 플라스틱이나 고철, 종이, 스티로폼은 재활용 봉투에 담는다. 방 안 어딘가에서 서식하고 있던 쥐가 몇 마리 뛰쳐나온다. 갑자스러운 쥐를 보고 놀란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퍼진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보이지 않는 쓰레기더미에 질린 누군가 투덜거리자 송악마을함께돌봄네트워크 권선이 활동가가 사람들을 다독인다. “저장강박은 심각한 정신질환이에요. 어르신은 물건을 안버리는 것이 아니라 못버리는 거에요. 우리가 그것을 인정하고, 어르신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다가가야 어르신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요.”
방 안 쓰레기를 모두 치우고, 마당을 정리하니 점심시간이다. 오전 내내 청소를 한 이들을 위해 마을 사람들이 송악교회에서 점심식사를 준비했다. 점심 메뉴는 '협동조합 고랑이랑'에서 제공한 콩국수다.
저장강박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제3자의 개입을 극히 꺼려하고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한다. 오랫동안 모아놓은 잡동사니와 쓰레기로 인해 주거환경이 비위생적으로 변하면서 가족과의 불화로 이어져 자연히 독거인이 된다. 특히 어르신들의 경우 쓰레기로 가득 찬 집에서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가며 고독사로 생을 마감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역촌리 저장강박증 어르신은 치매까지 앓고 있었다. 주변 사람을 의심하고 욕하고, 마을 경관을 해치는 쓰레기더미와 심한 악취로 마을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게다가 요양등급을 받기 위한 검사조차 거부해 어르신 돌봄은 오롯이 가족만의 몫이었고, 이는 가족들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저장강박증 어르신의 문제를 마을 주민들은 외면하지 않고 꾸준히 관심을 갖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아산시와 송악면사무소를 비롯한 기관과 단체에 도움을 요청했고, 함께 어르신을 도왔다.
이날 17개 기관·단체에서 100여명의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아 어르신 댁의 쓰레기를 치우고 청소와 소독을 한 후 도배와 장판을 교체하고,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지원해 드렸다.
마을 사람들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어르신을 요양병원으로 모시고자 했던 가족들을 설득해 어르신이 요양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마을에서 어르신의 식사를 비롯한 돌봄을 하면서 쓰레기를 수시로 치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기로 했다. 마을 사람들의 도움에 힘을 얻은 가족들이 함께 노력해 보기로 했다. 마을의 꾸준한 관심과 적극적인 개입으로 저장강박증 어르신은 요양병원이나 병원이 아닌 마을에서 이웃들과 함께 노년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마을돌봄 활동가 권씨는 어르신 마을 돌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은 마을이 나서서 찾아야 해요. 그리고 꾸준히 관심을 갖고 어르신에게 다가가는 겁니다. 어르신들이 기관이나 단체와 연계되어 도움을 받으실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드리는 거예요. 이런 건 우리가 충분히 할 수 있잖아요. 가족들도 어르신과 똑같아요. 가족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면 어떻게 개선할 수 있겠어요. 우리처럼 누군가가 어르신을 함께 돌본다면 가족들도 같이 하는 방법들을 찾게 돼요.”
며칠 뒤 다시 찾아간 저장강박증 어르신댁의 집은 말끔히 정리된 모습이었다. 어르신을 직접 뵐 수는 없었지만, 깔끔히 정돈된 마당과 가지런히 놓인 신발 한 켤레가 어르신의 안녕을 전해주는 것 같았다.
<연도별 참여 단체>
2014년 △아산시 자원순환과 △송악면 행복키움추진단 등
2015년 △아산시 자원순환과 △송악면 행복키움추진단 △천안보호관찰소 △온주종합복지관 등
2017년 △아산시 자원순환과 △송악면 그루터기 자원봉사단 △자살예방한국연맹아산지부 청소년 봉사단 등
2019년 △아산시 자원순환과 △송악교회 등
2021년 △아산시 자원순환과 △송남중 학생과 학부모 △송악교회 △주민자치위원회 △바르게살기협의회 △송악면 의용소방대 등
2023년 △송악면 행복키움추진단 △아산시 사회복지과 △아산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 △송악면 주민자치회 △새마을지도자협의회 △새마을부녀회 △바르게살기협의회 △송악면 의용소방대 △자율방범대 △사회적협동조합 송악동네사람들 △송악교회 △㈜고은EMC △아산비젼 △아산시 자원봉사센터 △코리아에코21 △선문대학교 ESG 사회공헌센터 △온주종합사회복지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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