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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꿈인 미찌
메주 본문
2023.02.24.
지리산 메주를 받았다.
꾸덕꾸덕하게 잘 마른 메주는 보기에 예뻤고, 냄새도 구수했다.
울 남편과 결혼하기 전, 처음 시댁에 갔을 때 집안에 퀴퀴한 냄새가 났다.
처음 맡아보는 냄새지만 낯설지 않았고, 불쾌하지도 않았다.
아마도 내 눈에 콩깍지가 씌여있어 그 냄새까지도 불쾌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메주는 작은 방에서 꾸덕하게 말리고 있었지만, 온 집안에 그 메주 냄새가 진하게도 베어있었다.
서울에 올라온지 20년이 넘으셨지만, 직접 해 드시던 습관을 버리지 못한 시부모님들의 겨울 생활이었다.
메주를 만들어 본 적도, 제대로 구경해 본 적도 없던 나는 시부모님의 생활이 정겨웠다.
그냥 그 콩깍지 때문에 좋았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결혼 생활 16년 동안 한번도 메주를 직접 만들어 보겠다, 장을 담궈보겠다는 생각을 해 보지 않았다.
시부모님이 메주를 만들고, 작은 방에서 말려서 장을 담그시는 것은 시부모님의 생활이었고
난 시부모님이 담궈놓은 장을 가져다 맛있게 먹을 뿐이었다.
9년 전에 시골에 들어와, 볕이 잘 드는 곳에 작은 집을 짓고 살면서도 장을 담그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시골은 평안과 한적이라는 모습으로 나에게 위안을 주는 곳이었기 때문에
자연과 어우러져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마냥 도시에서 살던것 마냥 소비하며 살았다.
들에 난 꽃은 그냥 꽃이고, 풀도 그냥 풀이고, 나무도 그냥 나무라서
그 속에서 살고 있었음에도 관심이 없었기에
그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이제야 조금씩 고민을 한다.
어떻게하면 이 속에서 잘 살 수 있을까.
잘 살아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 고민 속에서 떠오른 장 담그기.
메주 만들기는 어려우니까 일단 메주를 사다가 장을 담가보기로 했다.
가져 온 메주를 반으로 갈라 바람 잘 통하고 그늘 진 곳에 3일 정도 두어 속도 꾸덕하게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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