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가 꿈인 미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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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2017. 3. 20.)

농부미찌 2024. 1. 20. 22:43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아이들은 농구화를 신었었다. 그 중에서도 꼭 나이키! 리복도 좀 신어줬었지만 역시 농구화는 나이키였었다. 남자애들은 농구가방을 학교 책가방으로 사용했고, 점심시간이면 꼭 농구를 했었다. 나 역시 농구화를 즐겨 신었고, 농구대잔치를 보며 연세대와 상민오빠를 응원했었고  NBA 경기도 조금씩 챙겨보곤 했었다(이때는 마이클 조던이 거의 신급이었는데, 난 데니스 로드맨을 좋아했었다. 나중에 강백호의 모델이 데니스 로드맨이라는 얘기에 역시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 슬램덩크가 단행본으로 나오는 날이면 학교 앞 서점에는 슬램덩크 단행본을 사는 친구들도 많았고, 그 책 순서 기다리는 친구들도 많았다. 난 단행본 산 친구에게 빌려달라 얘기하는 아이었지만, 대학을 졸업해서 직장인이 되었을 때, 제일먼저 샀던 만화책이 슬램덩크 단행본이었고, 그리고 완전판이 나왔을 때는 고민없이 바로 샀었다.

 

  어제는 하루종일 집안일을 슬금슬금 하면서 슬램덩크 완전판 24권을 다 보았다. 슬램덩크 1권 보고 설겆이 하고, 1권 보고 빨래 돌리고, 1권 보고 반찬 하나 하고,... 이런식으로 보다보니 정말 슬램덩크를 하루종일 봤다. 분명 아침부터 봤는데, 다 본시간은 11시였다는.ㅎㅎ 오랜만에 읽는 슬램덩크였는데, 내 학창시절도 떠오르고 내가 슬램덩크 단행본을 처음 샀을 때의 설레였던 마음들도 떠올랐다. 그리고 정대만을 보며 내가 왜 그렇게 정대만을 좋아했었는지, 그때 그 마음이 다시 떠올라 역시 정대만이 최고다잉~ 했다.

 

  동네 불량배이며, 학교 문제아인 강백호(사쿠라기 하나미치)가 북산고(쇼호쿠)에 입학, 채소연(아까키 하루코)를 짝사랑하게 되면서 농구부에 가입하여, 진정한 농구선수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만화이다. 슬램덩크에는 정말 많은 등장인물들이 있다. 북산고에는 고릴라 채치수(아까키 타케노리), 불꽃남자 정대만(미쯔이 히사시), 송태섭(미야기 료타), 서태웅(류카와 카에데), 안경선배 권준호 등의 농구부원과 강백호가 농구를 하며 성장한다면, 의리빼면 시체인 백호군단 양호열(미토 요헤이)과 기타등등(김대남-오오쿠스 류우지, 이용팔-다카미야 노조미, 노구식-노마 츄이치로), 정대만의 절친이자 호구느낌의 영걸선배는 초반 농구부의 존폐여부를 결정지을 스펙터클한 이벤트를 벌인 후에는 점차 유머 캐릭터로 변신한다. 이들은 농구선수로 성장해가는 친구들을 옆에서 지켜주며 그들 또한 멋진 남자로 성장한다.

 

  다른 학교로는 천재 윤대협(센도 아키라)가 있는 능남(료난)고, 감독겸 선수 김수겸(후지마 켄지)이 있는 상양(쇼요)고, 카나가와현의 왕자 해남대부속(카이난다이후조쿠)고가 있다. 북산은 이들 학교와 경기를 하며 점점 더 실력이 늘고 늘어 결국엔 끝판왕 산왕(산노)고의 절대강자들 (정우성-사와키타 에이지, 이명헌-후카쯔 카즈노리, 신현철-카와타 마사시)과 싸워 결국에는 승리하는 전형적인 성장스토리인데, 그 과정이 정말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처절함과 간절함이 화려한 플레이와 어우러져 지금 봐도 정말 재미있다.

 

  게다가 마지막 장면!!!

 

  내심 2부도 기대했었는데, 작가가 슬램덩크 이후로 장애인 농구를 소재로 그린 만화(리얼)와 무사 이야기(베가본드)를 보고 기대를 접었다. 리얼과 베가본드는 잠깐 그린 만화들이 아니었으니까.

 

  이 이후로 나는 우라사와 나오키님의 만화에 빠져버려서 슬램덩크는 모셔두기만 했었는데, 한참이 지나서 만화책도 잘 안보게 된 지금 슬램덩크를 보니 더욱 좋았다. 그렇지만, 역시 소년만화라 그런가? 여자들은 그냥 보조출연, 눈요기 이상으로 그려지지 않아 그것이 눈에 걸렸다. 소년들은 자신의 꿈을 향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데, 왜 소녀들은 그런 소년들을 하트눈으로 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안할까.. 내가 몰라서 그렇지, 열심히 노력하는 소녀들이 주인공인 만화도 있겠지(?). 20년도 더 지났는데, 있을거라 믿고 싶다.

 

 

 

 

>>>>>사족

 

  내가 정대만을 좋아하는 이유는 정대만의 서사때문인 줄 알았다. 여지껏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위 그림들을 보고 얼굴이 잘생겨서 좋아했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제 슬램덩크 보는 중에도 정대만의 미모를 보며 감탄했었지..(머리 자르기 전 말고, 머리 자르고 나서부터는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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