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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꿈인 미찌
마을 청년, 어르신 힘 모아 '으쌰으쌰!' 본문
<마을 현장 스케치> 송악면 종곡리 마을 장승제
송악면 종곡리 청년들은 정월대보름 전에 마을 형님의 산에서 50년 된 소나무 두 개를 베어다가 장승을 깎는다. 남자장승은 ‘天下逐鬼大將軍(천하축귀대장군)’, 여자장승은 ‘地下逐鬼女將軍(지하축귀여장군)’이다. ‘축귀’는 잡귀를 쫓는다는 뜻으로, 한 해 동안 마을에 별 탈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청년들과 어르신들이 번갈아 가며 장승을 깎는다. 장승은 마을 사람들 누구나 어렵지 않게 깎을 수 있게 깎는 것이 기술이다. 그래야 마을 사람 아무나 어렵지 않게 함께 할 수 있다. 다 깎은 후에는 눈, 코, 입, 수염 등을 먹물로 그린 후 몸통에 장승의 이름을 쓴다.
이 장승을 대보름 전날에 마을 입구로 지고 나와 길 양쪽의 느티나무에 수년 전에 기대놨던 장승 곁에 바짝 붙여 세운다. 양지쪽이 남자 장승, 음지쪽이 여자 장승이다. 2미터가 넘는 장승을 세운다는 것이 쉬울리 없다. 트럭과 트랙터를 동원하고 마을 청년과 어르신 대여섯 명이 밧줄을 이용해 힘을 합친다.
“거기다 묶는다고?”
“옆으로 빼.”
“이따 당겨.”
매년 세우는 장승이건만 세울 때마다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마을 양옆에 서 있는 장승을 보면 한해 액막이를 제대로 한 것 같아 든든하다. 장승을 다 세운 후에는 마을 길 양쪽에 있는 석장승 옆으로 솟대를 세우고 금줄을 끼워 걸어놓는다. 이제 산신제 준비가 마무리됐다. 장승을 세우느라 애쓴 청년들과 어르신들은 마을회관에서 부녀회가 준비한 음식으로 요기하며 잠시 몸을 녹인다.
날이 저물 즈음에 현관규 이장(64), 현문규 청장년회장(68), 전용범 전이장(71)이 환복을 하고, 청년들이 제상을 준비한다. 석장승이 양옆으로 서 있는 길 한가운데에 상을 펴고 시루떡, 술, 밤, 대추, 배 등을 올린다. 절을 하고 전용범 전 이장이 축문을 읽은 후 축문을 촛불에 태워 날리고 다시 절을 하여 제를 끝낸다. 그 후에는 다른 두 사람도 함께 소지를 올린다. 주위에 있던 마을 사람들이 각자 소지를 요청하니 현 이장이 화답한다.
“이 소지는 현문규 소지올시다. 하시는 일 잘 되게 하시고, 술 좀 조금만 잡수시게 해 주시고, 항상 건강하게 해 주십시오.”
“이 소지는 전용범 총무님 소지올시다. 올해는 건강하게 해 주시고 가족이 화목하게 해 주십시오”
현 이장이 올리는 소지에 즐거운 웃음소리가 퍼진다. 주민들이 술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산신제를 마무리하고 나니 대나무로 만든 달집을 태우기 좋게 어둑어둑해졌다, 박희근씨(53)가 달집에 불을 놓자 조금씩 옮겨붙던 불이 ‘탁탁’ 소리를 내며 옮겨붙는다. 대나무로 만든 달집이라 ‘펑펑’ 대포 터지는 소리가 마을에 울린다. 달집이 활활 타오르며 어둠을 밝힌다. 벌겋게 타오르는 달집을 보며 400여 년 이어온 종곡리 마을 장승제가 앞으로도 계속 지속되길 기도했다..
<2024년 종곡리 산신제 축문내용>
2024년 2월 23일 음력 1월 14일. 충청남도 아산시 송악면 종곡리 마을 주민 모두가 정성을 모아 성황님께 제를 올리옵나이다. 성황님 부디 왕림하시어 많이 드시옵소서, 금년 한해도 마을 주민 모두에게 건강과 행운을 주시옵고 종곡리 마을 방문하시는 모든 이에게도 행운을 주시기를 간곡히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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